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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할 수 있는 공포, 감당할 수 없는 공포

by 꼬마돌 202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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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할 수 있는 공포, 감당할 수 없는 공포

 

나는 공포를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감당할 수 있는 공포’이고, 다른 하나는 ‘감당할 수 없는 공포’이다. 전자는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공포이며, 후자는 어떠한 노력으로도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공포다.

공포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하지만 그 강도에 따라 우리의 대응 방식은 달라진다.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을 정도의 공포는 우리를 긴장시키고 집중력을 높이며 능력을 끌어올린다. 반면,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공포는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나는 이 두 가지 공포를 직접 경험했다.

<감당할 수 있는 공포>

1965년, 중학교 입학 후 첫 중간고사가 시작되기 하루 전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내일 시험이 시작되는데, 나는 책 한 장 제대로 보지 않은 상태였다. 

‘망했다….’

당장 공부를 시작해야 했다. 평소 공부를 소홀히 한 탓에 교과서와 필기 내용을 한꺼번에 익히는 것이 쉽지 않았다. 초조함에 몸이 떨렸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밤을 새워 책을 읽고 필기를 정리했다. 두 눈이 감길 듯했지만, 찬물로 세수를 하고 다시 책을 펼쳤다. 그렇게 사흘을 버티고 시험을 치렀다. 결과는 놀라웠다. 평균 98점, 전교 1등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공포가 닥쳐와도, 그것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사람은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감당할 수 없는 공포>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성적이 우수했던 나는 어느 순간 공부보다 공상을 즐기기 시작했다. 유행가, 소설, 미래에 대한 환상 속에서 시간은 흘러갔다. 학습량이 부족해지자 벼락치기 공부로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언제든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취해 있었다. 결국 3류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에서 맞닥뜨린 통계학 시험. 이번에도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시험이 코앞인데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고 책을 펼쳤지만, 불안과 공포가 너무 커서 집중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절망감은 깊어졌고, 결국 나는 포기했다. 다음 날, 시험지를 받아든 나는 멍하니 한숨을 쉬었다. 풀 수 있는 문제는 한 개뿐이었다. 공부를 조금이라도 했다면 최소한 C, 운이 좋으면 B를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백지를 제출하고 교실을 나왔다.

여기에서 나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와 공포는 우리를 성장하게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는 무력감을 불러일으켜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든다. 

<공포와 인간의 심리>

이러한 개념은 단순한 개인의 경험이 아니다. 하버드 대학의 로버트 여키스(Robert M. Yerkes)와 존 닷슨(John D. Dodson)은 1908년 연구를 통해 ‘여키스-닷슨 법칙’을 발표했다. 이 법칙에 따르면, 적정 수준의 스트레스는 성취도를 높이지만, 스트레스가 지나치면 성취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 법칙은 학업뿐만 아니라 직장, 창작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작가는 원고 마감일이 다가오면 극심한 스트레스로 도망친다. 결국 촬영팀이 그를 찾아내 호텔에 감금하고 원고를 쓰게 한다. 결과적으로 그는 보름 만에 훌륭한 작품을 완성하기도 한다.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던 TV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를 집필한 송OO 작가님도 마감 기한이 임박하면 도망친 적이 있다고 한다. 

창작은 때때로 게으름을 유발한다. 하지만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와 공포는 우리를 창작에 몰두하게 만들기도 한다. 반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공포는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든다.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

감당할 수 없는 공포는 게으름, 잘못된 선택, 환경의 변화에서 비롯될 수 있다. 하지만 공포가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공포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적절한 스트레스를 활용하여 동기를 부여하고, 지나친 스트레스는 조절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끝없는 불안과 무력감 속에서 길을 잃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공포를 두려워하기보다, 그것을 우리의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감당할 수 있는 공포를 발판으로 삼아, 감당할 수 없는 공포를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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