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한 한 남자의 이야기
M은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농업전문대학을 졸업한 후 4년제 대학의 정치학과로 편입했다. 그의 꿈은 대통령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학습 능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영어 실력은 중학교 2학년 수준, 수학은 초등학교 4학년 수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GPA 2.5/4.5라는 성적으로 졸업했다. 이는 한국 대학의 현실이기도 했다.
졸업 후, 그는 국내 명문대학의 특수대학원에 진학했다. 이 대학원은 직장인들이 저녁에 다니는 곳으로, 지원만 하면 대부분 입학이 가능했다. 과제는 대충 제출해도 되었고, 시험과 무관한 답안을 적어도 A학점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 무렵, 주변 친구들이 미국 유학을 떠나자 M도 따라가기로 했다. 하지만 토플 시험에서 최저 수준의 점수를 받아 대학원 입학이 불가능했다. 결국, 아이비리그에 속한 A대학의 부설 어학원에 입학했다. 낮에는 영어를 배우고, 저녁에는 잡화 도매상에서 물건을 떼어 길거리에서 팔았다. 그는 어학원에서 공부하며 그 대학의 대학원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어학원에서의 현실적인 조언>
1년이 지나고, 다음 학기 등록을 하려던 어느 날, 어학원의 책임자가 그를 불렀다.
“M씨! 한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요?”
“네.”
“그럼 지금이라도 한국으로 돌아가 정당에 가입하고 정치 활동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아야 합니다.”
“한국 대통령이 정치학 박사입니까?”
“아닙니다.”
“그럼 박사 학위가 꼭 필요하지 않잖아요?”
“그래도 저는 박사 학위를 받을 겁니다.”
책임자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M씨, 안타깝지만 당신은 우리 어학원에서 아무리 공부해도 이 대학 대학원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더 이상 등록을 받아줄 수 없어요. 미래를 위해 다른 길을 찾는 게 좋겠습니다.”
<계속되는 유학 생활, 그리고 편법>
M은 결국 다른 대학의 어학원으로 옮겨 2년을 더 영어 공부에 매달렸다. 3년간 어학원에 다닌 증명서를 이용해 토플 시험을 면제받았지만, 여전히 그의 학업 능력은 부족했다.
정치학 석사과정에 지원하려 했지만, 낮은 학부 성적과 GRE 시험을 볼 실력이 안 되는 것이 문제였다. 마침 아이비리그 A대학의 대학원 중 GRE 점수를 요구하지 않는 학과가 있었다. 정치학과와는 전혀 관련 없는 학과였지만, 경쟁률이 낮아 지원자 10명 중 8명은 합격하는 곳이었다. 다행히 그는 국내 명문대 특수대학원 출신이라는 점 덕분에 입학할 수 있었다.
석사과정 동안 그는 길거리 장사를 하며 학업을 병행했다. 시험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리포트로 성적이 매겨졌다. 과제 제출 시 그는 한국에서 출간된 영문 서적이나 논문을 그대로 베껴냈다.
“M형, 이건 표절이야! 교수가 알면 큰일 난다니까?”
“한국에서 나온 논문을 누가 본다고 그래?”
“그래도 교수님이 네 영어 실력을 아는데, 이건 너무 세련된 문장 아니야?”
“상관없어.”
이런 식으로 그는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과정의 난관>
그는 같은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원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나 또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원에서 기적적으로 박사과정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학업은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박사과정에서는 조사방법론과 통계학이 필수였고, 이 두 과목만큼은 리포트로 대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M은 중학교 수준의 수학조차 어려워했고, 논리적 사고력도 부족했다. 결국 그는 이 과목들을 넘지 못하고 무너졌다.
우연히 나는 M이 다니던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인 학생을 만났다. 그는 통계학 조교로 일하고 있었고, M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답안지를 채점하는데 단 한 문제도 맞추지 못했어. 엉터리 답이라도 수준이 너무 낮아서 교수님께 보여드렸더니, 교수님이 ‘세상에 이런 답안을 본 적이 없다!’며 경악하셨어.”
“그럼 어떻게 됐어?”
“지도교수와 학과장이 논의한 끝에, 결국 M은 퇴학당했어.”
이제 그는 명문대가 아닌 어느 대학에서라도 박사 학위를 받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현실을 외면한 집착>
그가 다니던 한인 교회의 목사는 그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형제님은 사업을 하면 성공할 것 같아요. 이제 공부는 그만하고 가게를 얻어 장사를 해보는 게 어떨까요?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도 하시고요.”
“아닙니다. 저는 반드시 박사 학위를 받을 겁니다.”
그는 결혼 상대마저도 높은 기준을 세웠다.
“의사, 교수, 변호사 같은 전문직 여성과만 결혼할 겁니다.”
“다른 직업을 가진 여성은 어때?”
“나를 무시하는 거야?”
그의 인생은 현실과 동떨어진 집착 속에서 흘러갔다.
<끝내 이루지 못한 꿈>
약 20년 전, 나는 모교에서 근무하는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M이 찾아와 시간강사 자리라도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구는 M을 관련 교수들에게 소개할 자신이 없어 결국 돌려보냈다.
M은 극단적인 소망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다. 대학 시절 그의 꿈을 들은 친구들 중 절반은 비웃었고, 절반은 그의 포부를 칭찬했다. 몇몇 교수들은 그의 큰 꿈을 긍정적으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는 백일몽에 사로잡혀 인생을 망친 인물로 회자되었다.
오늘날에도 대학 동기들 사이에서는 가끔 M의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의 능력을 생각하지 않고,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큰 꿈이 이루어질 것처럼 살더니 결국 인생을 망쳤어.”
“이야기를 처음 듣는 사람들은 ‘그런 바보가 어딨어?’ 하면서 믿지 않는다니까.”
M의 이야기는 꿈을 꾸는 것만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과 현실 인식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