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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는 버릇

by 꼬마돌 2025.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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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는 버릇

 

어떤 아가씨나 청년에게 프러포즈를 할까 말까 망설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랑을 성급하게 고백한 것이 고리가 되어 마음에 맞지 않는 이성을 배우자로 끌어들여 평생 후회하며 살 수도 있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가 연구진에서 개발한 어떤 모델을 생산할까 말까 결정을 미루는 것도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깊은 고민 없이 생산에 들어갔다가 회사가 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가 어떤 정책의 실시를 망설이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충분한 연구나 토론 없이 정책을 실시했다가 잘 살던 나라가 가난한 나라로 전락하기도 한다.

 

하지만 할 일을 하지 않고 미루는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공부를 몇 시간 미루었다가, 미루는 것이 습관이 되면 사회의 낙오자로 전락하게 된다.

 

작가가 글쓰기를 미루면 신뢰를 잃어 아무도 일거리를 맡기지 않는다. 그로 인해 가난해져 자신과 가족이 고통을 받는다.

나는 미루기가 얼마나 내 자신과 주변에 해악을 주는지 치가 떨리도록 깨달은 사람이다.

 

미루기는 매우 고통스런 과정이다.

 

미루면 몸과 정신이 편할 것 같은데, 사실은 그 반대로 초주검이 된다. 그리고 죄책감이 들면서 변명거리를 찾게 된다. 세상 사람들은 그런 나를 향해 비겁자’ ‘거짓말쟁이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고통스럽고, 세상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미루기 길로 들어섰던 것이었을까?

 

나는 자서전 대필을 맡고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질질 끌다가 마감일이 다가와서는 잠수 탄 적도 있었다. 일을 맡긴 사람은 얼마나 가슴을 졸였을까? 전화를 끊고 어딘가에 틀어박힌 작가는 마음이 불안해서 잠도 잘 수 없다. 그 일을 해내지 않으면 계약금을 돌려줘야 하는 데, 작가에게 그 돈이 남아 있을 리 없다. 결국 그 일을 해내도, 이미 신뢰를 상실한 상태이다. , 인생 망친 것이다.

 

내가 살아보니 미루는 버릇은 살인자 못지않게 사악하다. 죽을 때까지 인간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내가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 알 사람은 다 안다.

 

미루는 버릇은 악귀처럼 달라붙어 우리를 지옥으로 끌고 간다. 그 악귀를 떨쳐내려면 내가 그 악귀보다 더 지독해져야 한다. 지독해지는 것은 이를 악물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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