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는 버릇에는 반드시 핑계가 따른다.
어머니가 아프셔서…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외국에서 중요한 손님이 와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서…더 좋은 결과를 낳기 위해…
한두 번의 핑계는 넘어갈 수 있지만, 그 이상이 되면 신뢰를 상실하게 되고, 무시를 받게 되어 스스로 어려운 지경으로 추락한다.
나의 누이가 겪은 사례이다. 검사를 지낸 변호사에게 사건을 부탁했는데, 이 사람이 기한 내에 법률문서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아 누이가 패소하여 엄청난 손해를 봤다.
변호사는 누이에게 싹싹 빌면서 손해배상을 해주었다. 그 변호사가 나의 누이의 건에만 그렇게 게으름을 부렸던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 글을 쓰기 바로 직전에 그의 이름을 검색해보니 더이상 변호업을 하지 않는지 이름이 찾을 수 없었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대개 미루기를 당연시한다. 하지만 미루기를 몇 번 반복하다간 밥줄이 끊어진다. 내 경험상, 내가 최선을 다해서 원고를 썼을 땐, 출판사는 설사 그 원고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내 정성을 고려하여 별로 질책하지 않는다. 다시 기회를 주거나, 내가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 프로젝트를 제시한다. 하지만 게으름의 흔적이 농후할 땐, 차갑게 등을 돌린다.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면 출판사들이 원고를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줄 댈 것이라 믿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꾸준하게 글을 쓰는 작가에게만 그렇게 하고, 게으름을 피우다가 어쩌다 인기를 끈, 게다가 형편없는 원고로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에겐 싸늘하다. ‘요행’이 그 작가에게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꾸준하게 노력하면 최소한 일거리가 끊이지 않는다.